지속가능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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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인드풀컴퍼니 서영지 대표, 오버랩 박정실 실장 

 

패션에서 지속가능은 이제 화두를 넘어 일상이다. 그러나 어떻게 구현해야하는지, 누가 담당해야하는지,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야하는지 잘 아는 기업이 있을까?

현재 국내 패션 기업의 지속가능 실현 방법이라면 누가 만든지 조차 모를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예쁘지도 않은 제품을 만든다. 마케팅 수단이다. 지속가능하지 않다. 일회성이다. 문제다. 

지속가능의 중심에 있는 패션 업계는 수년째 지속가능성 실현을 외치고 있다. 중요함은 알지만 소비자가 선택할만한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서 지속가능을 실현하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재고 원단을 쓰고, 다시 만들어 활용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이처럼 필요성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패션 업계를 향해 지속가능을 외치고 나선 두 사람이 있다.

마인드풀컴퍼니 서영지 대표와 오버랩 박정실 실장이다. 두 사람은 모두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출신이다. 서 대표는 남성복 시리즈 상품기획 팀장, 박 실장은 업사이클 브랜드 래코드 디자이너였다. 

근무 시점이 달라 서로 알지 못했지만 지속가능에 대한 관심이 같아, 서 대표가 사업 방향을 구상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 이들이 최근 지속가능이라는 하나의 ‘아젠다’를 가지고, 이를 실현해 보겠다며 의기투합했다.

 

팔릴 만한 제품이어야 한다

둘의 만남은 일종의 협업이다.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만나 패션 기업들이 실현하기 어려운 지속가능 패션을 대행해 주겠다는 기획안을 들고 나섰다.

서영지 대표는 “여러 패션 기업에서의 (실무)경험으로 상품기획 프로세스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현업에 있는 MD나 디자이너들이 지속가능 제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알죠. 그들이 직접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팔다 남은 재고를 활용해 다시 팔릴 만한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을 제안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제안하는 업사이클링이란, 디자인이 가미되고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실 지속가능 제품은, 비싼 가격과 볼품없는 디자인, 업사이클 제품인 것처럼 티가 난다.

“재고 원단을 사용해 다시 제품을 만들 경우 2차 재고를 양산하는 방식으로 되어서는 안되요. 다시 만들더라도 상품성이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수익적으로나 마케팅으로나 활용도가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패션 브랜드라면 누구나 재고가 있다. 3년 이상 넘는 악성 재고는 90% 할인을 해도 팔리지 않고 결국 소각되거나, 땡처리 둘 중 하나다.

버려지는 재고를 다시 신상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지속가능의 시작이 된다. 한 단계 나아가서는 판매로 이어지고, 다시 활용되는 자원의 순환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원형의 순환구조다. 서영지 대표는 사업을 구상하던 중 지속가능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초반에는 무작정 상품 기획 아웃소싱 비즈니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당장은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국내 패션 업계는 아직 디자이너의 역할이 필요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지속가능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면,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해야하는 데 외주 업체로 원활하게 업무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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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랩 박정실 실장(좌), 마인드풀컴퍼니 서영지 대표(우)>

박정실 실장은 지난 해 초 코오롱을 나와 자신의 브랜드 ‘오버랩’을 시작했다. 물론 지속가능 브랜드이다. 박 실장은 서영지 대표를 만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두 사람은 지난 해 7월 지속가능 제품을 만들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박정실 실장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갔다가 수명이 다한 원단은 어떻게 처리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버린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좋은 원단인데 다시 쓰면 좋을 것 같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주시더라구요(웃음).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아 그리 반응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런 시도들이 계속 이뤄져야한다고 봐요.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이 더욱 구체화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지속가능 실현 도와드립니다

서영지 대표는 “지속가능 상품기획 비즈니스를 제안하는 것이 조금 이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죠. 아직 지속가능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비용의 문제에 부딪히기 때문이죠. 지속가능에 대한 시도가 실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지 걱정하는 것에서 부터 가로막히기도 해요. 실무자들과 몇 번 상담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서영지 대표는 박정실 실장과 같은 실력 있는 지속가능 디자이너를 물색 중이다. 다양한 아이템의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시너지를 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함이다. 

“패션 기업들의 지속가능 실현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들의 남은 재고와 우리의 경험, 디자인력이 만나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박정실 실장은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다. 브랜드 디자이너와는 작업 방식도 다르고, 디자인적 사고의 시작부터 조금은 차이가 있다.

디자이너들은 머릿속에서 먼저 디자인을 구상하고 밑그림을 그리지만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들은 그럴 수 없다. 어떤 소재로, 활용해야할지 제품을 보고 판단해야하기 때문이다. 업사이클링 작업은 꽤 많은 공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국내서 이를 소화해낼 수 있는 공장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양산도 가능하다

서영지 대표는 사업을 준비하면서 설문 조사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와 지인들은 대상으로 지속가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지속가능 제품은 대부분 디자인 수준이 떨어지고,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다.

“프라이탁 등 지속가능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면서 20~30대 소비자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더라구요. 아이를 키우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왕이면 의식 있는 소비를 추구하고, 가치소비 의지를 보였고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죠” 

대부분 지속가능 제품이라고 하면 맛배기, 보여주기식, 지나가는 마케팅 용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량도 많이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들의 실력은 조금 다르다.

어느 정도 양산이 용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적게는 100개 부터 많게는 500개 까지도 가능하다. 물론 지금은 가방과 같은 잡화 아이템에 한해서지만 규모가 커진다면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다품종 소량 시대인 만큼 백화점 브랜드들도 한 아이템을 500장 이상 만들지는 않는 상황에서 업사이클링 아이템을 500장 이상 만든다면 수익적으로도 괜찮은 수준이다.

우선은 재고를 활용한 잡화부터 시작해 의류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캐주얼이 약한 남성복 브랜드들이나 여성복 브랜드들도 좋은 원단으로 만든 제품이 시즌이 지났다고, 사이즈가 잘못됐다고 기획이 잘못된 제품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것이다.

서영지 대표는 “정말 평소에 입을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 포인트에요. 파타고니아는 오히려 자신들의 브랜드 철학을 담아 더 비싸게 팔기도 하지만 우리는 적정 가격에, 디자인을 충분히 고려한 제품을 만들어 드릴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업사이클링 제품이라는 것을 티가 나지 않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조금 의아했지만 마케팅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기획단계 부터 재고 상품이나 소재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파는 행위만으로도 지속가능이 이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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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서영지 대표와 박정실 실장이 버려진 천막소재를 활용한 제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gt;

<서영지 대표와 박정실 실장이 버려진 천막소재를 활용한 제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업사이클링 제품 제안 받아 보기

업체 입장에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기란 의외로 쉽다. 미팅을 통해 브랜드 콘셉트나 아이덴티티를 확인하고 마케팅으로 활용할 것인지, 스팟 아이템으로 쓸 것인지에 대해 결정한다. 아이템에 대한 밸런스를 조정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의견을 나눈다. 어떤 재고를 어떤 아이템으로 만들어낼지에 대한 것이다. 다음은 브랜드가 가진 재고를 공개한다. 기획자가 물류 창고를 찾아 필요한 제품을 선정하고 다시 디자인해 새 제품을 만들어 낸다. 끝.

제품을 만들지 않고 남은 재고 소재를 제공한다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재고 원단이 없는 브랜드는 없기 때문이다. 남은 재고 원단으로는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다. 맨투맨, 티셔츠, 가방 등 캐주얼은 물론 창고 구석에 있다가 버려질 원단들이 다시 빛을 보게 된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의류나 가방 등 품목으로 제한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갖고 싶은 라이프스타일 굿즈로도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박정실 실장은 “가장 속상한 것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이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어 버리는거에요. 내가 만든 제품이 잘 사용되어야하는데, 그런 목적이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업체들에게 수익이 되고, 재고를 다시 사용되는 모델을 만들고자 한거에요. 브랜드는 소재를 갖고 있고, 우리는 기획력과 디자인력을 갖고 있으니 뜻만 맞으면 실현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죠”라고 했다.

지속가능 대행업체가 아직 국내에는 없다. 해외에서는 리폼 대행업체나 기업과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이 많지만 국내에는 아직 없다.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안 하기엔 실력이 아깝다. 

서영지 대표는 “최근 몇 군데 브랜드와 협의를 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어요. 한 소규모 브랜드는 여력이 안 되고, 한 브랜드는 이를 담당해야할 디렉터가 고민 중 인가봐요.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죠. 디자이너들이 지속가능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기도 하죠. 지속가능을 설득해야한다는 것이 한편으론 가장 답답한 부분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패션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들고 잘 파는데 만 생각이 미치고 있다. 환경 생각은 뒷전이다. 어떤 기획자들은 업사이클링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업사이클링 공정은 단계가 두 배로 많다. 해체부터 세탁, 다시 건조해서, 디자인하고 원단을 재단해, 생산 공장에 보내 꿰맨다. 말처럼 단순하면 좋으련만 다시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음이 확실하다. 서 대표와 박 실장은 브랜드의 니즈를 파악하는 상담부터 시작해 직접 샘플을 만들고 디자인해 제안한다. 일반 브랜드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다.

“아마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할지를 몰라서 못하는 업체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좋은 소재로 만든 재고들이 창고에서 자고 있다면 깨워주고 싶네요.”

무조건적인 업사이클링은 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재고로 다시 제품을 만들어봐야 또 재고를 양산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것은 안 팔렸을 때 얘기고 팔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디자인도 좋고 심지어 제품이나 소재를 재활용했다면, 또 팔렸다면, 재고는 수익이 되고, 지속가능은 이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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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다 된 패러글라이딩 원단으로 만든 가방 >

재고로 재고를 만들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매력있는 제품이어야 업사이클링도 의미가 있다.

박정실 실장은 “어차피 버릴 원단이면 다시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닌가요? 하하”

“계절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시즌 개념이 재고를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하죠. 사람들은 트렌드를 쫓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임에도 촌스러워 졌다며 치워버리고 새 제품을 사니까요. 좋은 가방을 계속 들 수 없도록 새 것을 매번 만들어내는 행위도 문제라고 봅니다.”

패션에 대한 딜레마는 해결책이 없다. 새제품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패션 산업을 위축될 것이고 계속 만들어내자니 지구가 울고, 지속가능을 실현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어떻게 이뤄져갈지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과 노력이 패션 업계가 지속가능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다면 절반 이상의 성공일 것이다. 

서영지 대표는 “패션 상품이 만들어지기 까지 많은 과정이 있지만 디자이너만 노력해서는 안 되죠. MD도 최대한 재고를 줄일 수 있도록 적절히 발주해야하고, 소재를 만드는 공장도 환경을 생각해야 해요. 그렇게 만들었어도 어쩔 수 없이 재고가 남겠지만 모두 맡은 분야에서 지속가능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업계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

더 좋고 예쁜 소재 개발해 국내 사업 키울 것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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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엘이이’로 돌아온 이지연 디자이너  

디자이너 컬렉션 ‘자렛’은 2009년 론칭 이후 곧바로 신생 브랜드답지 않은 시장성과 완성도로 호평을 얻었다. 젠더 경계를 허물고 남성복과 여성복의 매력을 모두 가진, 아방가르드와 미니멀리즘을 딱 적당하게 소화한 컬렉션은 글로벌 트렌드와도 잘 맞았다. 

이지연은 브랜드 론칭 2년 만에 정부, 지자체가 지원하는 신인 패션 디자이너 지원 사업의 대상자로 자주 이름을 올리는 디자이너가 됐다. 난생 처음 참가한 해외 트레이드 쇼에서 현장 수주를 받았고 홍콩, 파리, 뉴욕 등 참가하는 트레이드 쇼마다 꼬박꼬박 오더를 따내고 고정 거래선을 늘렸다.   

2015년 3월 열렸던 ‘서울패션위크 201 5 F/W’ 서울컬렉션 참가를 기점으로 그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신인’에서 ‘시장을 읽는 눈이 탁월한 실력파’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가 패션쇼를 지원하는 제너레이션넥스트에 연속 3회 선정되고 난 후였다. 

그해 가을, 그리고 2016년 봄까지 이어 컨셉코리아(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디자이너 글로벌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의 12, 13번째 시즌 주역이 됐다. 뉴욕패션위크 여성복 컬렉션 기간 데뷔 패션쇼도 가졌다. 국내 영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이 크게 나서 유명 걸 그룹의 무대 의상 디렉터를 맡기도 했다. 

그렇게 잘나가던 ‘자렛’은 2017년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나서는 기업쇼로 서울컬렉션을 치렀다. 꽤 열성적인 투자사가 지원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하지만 그 후 한동안 서울패션위크 공식 일정에 ‘자렛’이 올라오지 않았고, 연락도 닫질 않았다.  

2년의 공백, 그리고 새 브랜드 ‘엘엘이이’

이지연 디자이너는 작년 10월, 2년의 공백을 깨고 ‘엘엘이이(llee)’로 돌아왔다. 

‘서울패션위크 2020 S/S’을 통해 선보인 ‘엘엘이이’의 첫 시즌 컬렉션은 여성복을 메인으로  남성 컬렉션까지 선보였다. 사실 패션쇼를 보기 이전에는 왜 새로운 브랜드를 들고 나왔나, 똑 떨어지는 실루엣이 예뻤던 ‘자렛’의 연장선이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쇼피스 비중이 높은 컬렉션에 적잖이 놀랐다. 

이태원 주택가 골목에 낸 아담한 작업실 겸 사무실에서 만난 이지연 디자이너는 “사실 조금 더 준비해서 발표하고 싶었다”고 했다. 

“S/S 시즌에는 애슬레저 트렌드를 ‘엘엘이이’만의 감성으로 풀었다. 지금의 애슬레저 룩은 운동할 때만 입는 것이 아니니까 패션성이 있는, 제대로 된 애슬레져 룩을 제안하고 싶었다. 

‘엘엘이이’ 쇼에서는 더 완성도를 높인, 예술적 컬렉션을 보여주고 싶다. 무엇보다 원단을 개발하고 싶었는데, 다음 시즌부터는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좋은 캐시미어, 울 공급처도 확보했고 설치 미술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의 폭을 넓히면서 다양성을 가져가는 컬렉션으로 만들겠다. 커머셜한 스타일은 세컨 브랜드로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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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벼룩시장 꿈꾸며 사람과 물품 연결"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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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근처에서 만나는 시장. 당근마켓의 어원이다. 요즘 당근마켓 광고가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실제 사업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당근마켓은 지역 주민들과 신뢰를 보장시켜 주며 쉽고, 빠른 지역기반 중고 직거래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지역 중고거래 뿐만 아니라 P2P, O2O서비스 연결, 좁은 생활권 지역검색 등 다른 형태로 발생하는 모든 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꿈꾸며 지난 2015년 김재현, 김용현 공동 대표가 설립했다.

두 사람을 비롯한 35명의 직원이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같은 분야에서 일해 온 직장 동료들이 지역 로컬 활성화라는 꿈을 안고 똘똘 뭉쳐 매일 쓰는 서비스를 만들자라는 취지로 일군 회사다.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 800만, 월간 방문자 수(MAU) 300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쇼핑 부문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근마켓에서 월간 거래되는 개인 간 물품 거래액 규모는 5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1년으로 치면 6천억 원 규모다.

사업 초기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1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카카오벤처스와 스트롱벤처스가 공동으로 총 57억 원을 이 곳에 투자했다.

얼마 전 알토스벤처스와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굿워터캐피탈을 통해 총 400억 원을 투자 유치하면서 누적 금액만 480억 원에 육박했다.

로컬 시대, 로컬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사들의 관심이 적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 달 초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 대표이사를 만나 당근마켓의 상황을 물었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질문 한 마디에 10분 간 장황한 답변을 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수가 적어 부연 설명을 이끌어내야 하는 사람도 있다.

키가 크고 날씬한 체구를 가진 김 대표는 후자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당근마켓은 흔한 온라인 커머스 중개 플랫폼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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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근 마켓은 커머스 플랫폼이 아닌가

당근마켓은 지역 생활 플랫폼이다. 그래서 커머스가 아닌 동네 기반의 물품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 지향적 모델을 짰고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 근무 시절 직원들이 필요한 물건을 사내 장터 게시판에서 서로 팔고 구매하는 것을 보면서 동네 기반으로 넓히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가장 처음 동네 연결은 판교 지역에서 시작했다.

당시 플랫폼 이름도 ‘판교 마켓’이었다. 하나의 지역만 제대로 연결해보자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전국 단위로 확장해 현재 4천개 정도로 지역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물건을 주고받는 편리성을 모바일에서 제공하지만 직접 거래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만나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구조다.

아직은 중고 물품 거래가 많지만 궁극적으로 사람 중심의 노동과 지식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조금 더 쉽게 빗대면 지역 정보지 성격의 ‘교차로’나 ‘벼룩시장’을 디지털 환경에 맞게 선보인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개인과 개인은 물론, 개인과 지역 소상공인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사업 목적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세심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파악해 데이터화하고 분석하는데 온 힘을 쏟아 붓고 있다.

-주로 어떤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당근마켓 사업이 시작된 지 4년이 흘렀지만 중고 물품 중심이라는것이다.

중고물품 거래 게시글 기준으로 볼 때 여성과 유아동(도서포함)의류와 용품의 거래 비중이 가장 높다. 두 개의 카테고리만 각각 18%를 차지하고 있고 잡화와 디지털가전과 생활가구, 미용과 남성 잡화 순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중개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마 현대인들의 소비 패턴이 오랜 경기 불황과 인식 변화로 예전과 판이하게 다르다. 가성비를 따져가며 현명하게 소비하는 경향이 커졌다.

때문에 중고물품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여진다. 당근마켓이 성장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당근마켓은 모바일로 10초 만에 물건 등록을 하고 채팅을 통해 거래 하면 된다. 가입비나 수수료는 없다.

특히 지역주민들과 직거래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함으로 사용자들 간의 신뢰를 주기 위한 매너 지표를 설정해 유저 신뢰도 평가에 주력하고 있다. 신뢰도 평가는 매너온도, 매너평가, 느낌신고, 거래후기를 통해 진행되며 당근마켓만의 차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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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 직거래 중개 플랫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질문에 부정할 수 없다. 당근마켓의 첫 번째 버전이 물품이라서 그렇다. 두 번째 확장 영역은 사람이다. 그리고 지역 소상공인의 광고 서비스다.

만약 우리 동네에서 식빵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당근마켓에서 관련 게시글을 올려 식빵 만들기 클래스를 열고 사람을 모으는 것도 가능하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타인의 반려견까지 산책을 시켜 줄 수 있는 노동 시장을 연결할 수도 있다. 또 지식을 공유하는 스터디 그룹과 개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른 활동이 동네 기반에서 연결될 수 있도록 영역을 확대중이다.

과거 사람들이 직접 만나 이뤘던 관계와 거래를 모바일 통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사람들이 직접 만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상거래를 이룰 수 있는데 그 기반이 동네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로컬(동네로 표현 하고 있음) 생태계가 많이 무너지고 있다. 지역사회 활동을 공유하고 경험해 지역에 뿌린내린 소상공인들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살리겠다는 큰 의미도 있다.

이미 당근마켓에서 활성화된 소상공인 지역 광고도 마찬가지다. 동네 슈퍼마켓, 세탁소, 빵집, 꽃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적은 비용을 들여 광고형태의 게시글을 올리고 동네 사람을 상대로 홍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로컬 비즈니스라는 취지를 잇기 위해 전국 단위의 광고는 노출이 불가능 하도록 했다. 이제 규모의 경제에서 가치의 경제로 우리의 시선을 옮길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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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전략이 있나

서울 서초구·강남구·송파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제공하는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를 내년 1분기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에선 병원·학원·피트니스센터 추천, 돌보미 요청 등 지역 내 정보가 문답 형식으로 활발하게 교류되고 있다. 지역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 확대와 함께 기존 전단지 광고 외에는 정보 전달 수단이 없는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기능을 확장할 생각이다. 도입한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마다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영역도 확대중이다.

국내서 선보인 사업 모델로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지역을 검토 대상 국가로 놓고 현재 다각도로 점검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편적으로 당근마켓이 중고거래와 광고 플랫폼으로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기술 고도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물리적 거리가 별다른 변수로 작용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역의 중요성을 잊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여전히 지역과 맞닿아 있는 연결 관계로부터 깊은 우리의 삶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당근마켓의 향후 선보일 서비스로 알리고 싶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