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김경록 “내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형”

Interview

“10년 간 뉴욕 거리 돌며 기록…나 자신에 감사”

“자기 브랜딩, 잘 하는 것에서 좋아하는 것으로”

“지루한 오리지널보다 흥겨운 하이브리드 사진 좋아” ​

 

“경록 씨는 지금 행복한 일을 하고 있나요?”

10년 전 해외 광고 촬영지에서 광고주가 던진 한마디 질문에 그는 말문이 막혔다.

스스로, 그리고 질문을 던졌던 광고주에게 딱히 둘러댈 적당한 답을 찾지 못했던 것일까. 정리된 답안지처럼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때 받은 질문 하나에 그의 시간과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 

당시 광고기획 회사의 아트 디렉터로 일했던 그는 파리 출장길에서 돌아와 알 수 없는 끌림에 뉴욕행을 택했다. 

행복이라는 답을 스스로 찾지 못했을 때 떠오른 것은 오롯이 뉴욕과 감성 그리고 패션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광고 아트 디렉터가 아닌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의 길을 찾아 떠났다. 

그는 10년 동안 뉴욕 거리에서 스트리트 패션을 카메라에 담았다. 손에 쥔 카메라만 있다면 두려울 게 없었다던 그는, 사실 다소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연고 없는 타지 생활과 치열한 스트리트 포토씬에 힘들었지만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기세를 펼쳤다. 

그의 사진은 멈춰있는 피사체지만 당시의 뉴욕 거리의 온기와 활기를 그대로 재현했다. 디지털 사진에 아날로그 감성이 더해진 것도 그만의 특징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다소 주춤해진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활동에 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을까. 인터뷰 중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우연히 벌어지는 기회와 재미’였다.

애매한 독창성보다 똑똑한 다양성, 지루한 오리지널보다 흥겨운 하이브리드에 열광하는 이 시장에서 그는 비록 스트리트 스타일이라도 광고 속 화보처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했다. 

<스트리트 패션 사진 채집가에게 뉴욕의 모든 거리는 런웨이였고 뉴요커들은 모델이었다.>

▲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의 시작이 궁금해요.

중학생 시절부터 누나의 패션잡지를 즐겨봤었어요. 광고와 화보 속에 나온 아름다운 모델 사진에 완전히 매료되었죠. 마음에 드는 사진을 잘라 스크랩하는 게 저의 소소한 취미였어요.

언젠가 나도 이런 멋진 사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춘기 소년이었죠. 하지만 그 시절엔 꼭 포토그래퍼가 돼야겠다는 꿈은 없었어요. 

그저 사진을 보고 스크랩하는 것만으로 좋았거든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 후 운 좋게 패션 광고회사에서 그래픽디자이너를 거쳐 아트 디렉터로서 광고캠페인 제작에 참여하게 됐어요.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세상에서 일을 배우게 된 거죠. 정말 꿈만 같았어요. 광고 촬영 현장에서 만난 여러 포토그래퍼들이 현장에서 만들어 내는 사진을 보면서 그분들처럼 직접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진짜 원하던 일이 바로 그분들처럼 손에 카메라를 쥐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래전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취미로 사진을 찍긴 했었지만, 그땐 정말 형편없었어요.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시점은 아마 2012년 뉴욕으로 떠나고 나서부터 같아요.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뉴욕의 거리를 방황(?)하면서 시작했죠. 

첫해에는 진짜 관광객처럼 온 지역을 구석구석 돌아다녔어요. 출장 때 가보지 못했던 수많은 새로운 지역들을 골라서 찾아다녔어요.

특정한 주제나 목적 없이 그저 눈에 보이는 낯선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뉴욕 패션위크를 접하게 되면서 제가 갈망했던 사진이 스트리트 패션이란 걸 깨닫고 자연스럽게 본격적으로 포커스를 그쪽에 맞추게 되었죠. 

비록 스트리트 스타일이라도 광고 속 화보처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 뉴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Unexpected expectations, 거리에는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새로운 기대감으로 다가와요. 어제와 똑같은 장소, 시간일지라도 그곳에는 늘 새로운 사람들과 멋진 스타일, 영감으로 가득 채워지기 때문이에요. 

사실 사진을 찍는 시간보다 대부분 거리의 모습, 사람을 관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요. 그러다 문득 즉흥적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패션광고 회사에서 일하기 전까지만 해도 뉴욕에 대한 꿈과 동경은 크게 없었죠. 

그저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환상 같은 도시? 하지만 운(?) 좋게 패션광고 대행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곳이 궁금해졌어요.

특히나 뉴욕의 감성을 담은 광고 캠페인 시안을 광고주에게 제안하면서 스스로 아이러니하다고 느꼈죠. 

짧은 현지 출장과 미디어로만으론 뉴욕의 감성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가서 ‘한번 살아봐야겠다’라고 결심했죠. 

몸으로 직접 느낀 감정들과 경험들을 훗날 좀 더 멋진 캠페인에 녹여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뉴욕으로 떠나게 되었어요.

▲ 10년 동안 뉴욕에서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로 지냈다고 들었는데, 단 한 번도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10년을 계획하고 뉴욕에 간 것은 아니었어요, 어느 정도 적당히(?) 2~3년 정도 살다 오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집에 돌아갈 생각도 못할 만큼 정말 정신없이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어요. 

제 인스타그램은 스트리트 스타일의 사진들만 게시하고 있지만 사실 뉴욕에서 스트리트만이 아닌 다양한 행사 사진 작업을 해왔어요. 

2013년부터 21년까지 뉴욕의 자원봉사 단체인 New York Cares에서 자원봉사 Press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면서 뉴욕 커뮤니티 사회의 발전을 돕는 마음씨 좋은 뉴요커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기록할 수 있었죠. 

대부분 사회적 취약계층과 지역 사회를 돕는 행사인데 수백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매년 봄과 가을마다 지역 공원과 공립학교를 유지보수하는 작업, 크리스마스엔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이 주로 많이 사는 지역의 공립 초등학교나 노인센터를 방문해 선물을 나눠주고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따뜻한 코트를 나눠주는 코트 드라이브(Coat Drive) 행사 등 뉴욕 사회의 다양한 온정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이 단체에서 나오는 후원금으로 부모들이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매해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나눠주는 형식의 행사였던 것 같은데 한 어린 친구는 아무런 선물도 못 받은 거예요. 

주위의 친구들은 선물 받고 신나서 날뛰고 있는 상황에 그 어린 친구의 씁쓸한 표정을 차마 사진으로 담기엔 너무 마음이 아팠죠.

그밖에 다양한 국내외 광고 촬영 현장의 비하인드 씬 촬영을 비롯해 뉴욕 패션위크와 빅토리아 시크릿 캐스팅 현장은 무척 재미난 촬영 경험이었죠.

이를 매개로 나비효과처럼 잡지에서만 보던 유명 모델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촬영을 하게 됐고 뉴욕에 계속 머무르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죠.

뉴욕 패션위크의 지난 세 번의 시즌동안 마이클코어스 코리아의 하우스 포토그래퍼로서 게스트로 참석한 리사, 윤아, 조이, 이사배 님과의 촬영도 기억에 남네요.

<스트리트 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뉴욕 사회의 온정을 사진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 투엘브롤즈 출발은?

뉴욕에서 포토그래퍼로서 처음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를 드러낼 만한 것이 별로 없었어요. 저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가 없으니 낯선 사람들과 사진 작업하기도 쉽지 않았고요.

그래서 저만의 브랜딩과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운 네이밍이 필요했어요. (훗날 사람들은 쉽게 기억하는 브랜드가 됐지만 제가 R과 L이 2개 들어간 rolls 발음하기 어려워 무척 애먹었었다는 웃픈 사연이 있어요.) 

때마침 동시에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는데 그것이 바로 필름 사진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죠.

처음 사진을 배웠을 때의 마음가짐 혹은 열정으로의 회귀(?) 이면서 다소 싫증 난 디지털 사진에 조금이나마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작업도 겸하고 싶은 욕심이었거든요. 

그렇게 한 달에 1롤씩만이라도 1년에 12롤의 필름을 찍는 것을 목표로 ‘12 Rolls’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저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었죠. 길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의미를 그냥 휴지 12롤 묶음으로 우습게 넘겨짚는 게 다반사였지만요. 하하. 

뉴욕은 필름 현상과 스캔료가 한국보다 너무나도 비쌌기에 자가 현상, 나아가 인화를 시작하면서 한 달에 12롤 이상 찍게 되었죠. 

필름을 중심으로 촬영 작업을 꿈꾸지만 제 인스타를 비롯하여 아직은 디지털 작업 비중이 더 높아요. 

결국 제 프로젝트는 아직 현재 진형형이에요. 이젠 마음에 꼭 드는 좋은 사진으로 1년에 12롤을 가득 채울 수 있길 바랍니다.

<거리에는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이 가득하다는 김경록 씨, 사진을 찍는 모든 순간이 자유롭고 행복했다고.>

▲ 당신은 어떤 피사체에 특히 매력을 느끼나요? 당신에게 셔터를 누르게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재미있는 순간들, 사물들, 아이러니한 혹은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보통 셔터를 누르게 만들죠. 자연스러운 순간의 아름다운 모습은 늘 셔터를 누르게 만들어요. 

아무래도 패션광고업계 경력이 있다 보니 멋있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스타일에 가장 큰 매력을 느껴요. 

어쩌면 저 자신을 스타일링 하는 것을 정말 못하기에 (멋을 부리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요. 하하) 대리 만족으로 옷 잘 입는 사람들 보면 사진에 담고 싶어요. 

그리고 그들이 제 사진을 좋아해 주면 더욱 셔터를 누르게 만들죠. 아무래도 인상을 쓰는 얼굴보단 미소를 지어줄 때 아닐까요? 

예전에는 구분 없이 옷 잘 입는 사람들 사진을 찍었는데 어느 순간 작업물을 보니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성이 별로 없더라고요.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기도 하고 패션위크 때 만나는 유명한 포토그래퍼들처럼 되기도 쉽지 않다는 걸 일찍 깨달은 거죠.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고 있기도 했고요. 그럴 바엔 혹시나 나중에 다시 광고계로 돌아갈 수도 있으니 모델들 사진만 신나게 찍기로 포커스를 압축하게 되었죠. 

비록 즉흥적인 스트리트 스타일의 촬영 작업일지라도 매 순간 잡지 화보 느낌처럼 담아보고 있어요. 

물론 길거리 촬영에서는 조명에 대한 제약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따르지만 반대로 자연광을 조금 더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되었죠.

덕분에 클라이언트는 없었지만 정말 재미있게 수많은 모델 친구들과 협업 작업을 다양하게 할 수 있었어요. 

좋은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양한 촬영 기회와 연결되기도 했으니까요.

 

▲ 스트리트 촬영이 아닌 개인 작업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늘 바라고 있어요, ‘똑같은 건 재미없잖아?’와 ‘Edit Less, Shoot More’를 좌우명으로 언제나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 왔어요. 

어떤 사람들은 사진 속에서 작가만의 지속적인 색채, 일관성이 나타나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자연광 채광이 좋은 소소한 저만의 스튜디오를 갖는 소망이랄까요? 

스트리트 촬영도 재밌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스튜디오 공간에서 좀 더 저만의 아이디어와 스토리텔링이 담긴 연출된 작업도 많이 하고 싶어요. 

저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원하시는 분들께서 많이 연락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브랜드나 이커머스를 비롯해 인플루언서, 아티스트 등과 같이 협업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 가면 재밌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암실 인화 작업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하고 싶은데 현실은 녹록지 않네요.

 

▲ 초상권과 표현의 자유 등 대립된 시각 속에서 스트리트 포토그래퍼가 시대를 기록하는 작품으로서 가치가 낮아졌다는 목소리도 있더라.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의 가치를 두고 좋은 시절은 지났다는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의 사진은 멈춰있는 피사체지만 뉴욕 서리의 온기와 활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굉장히 논란의 요지가 될 수도 있는 민감한 주제이기에 조심스레 답하자면 개인적으로 절반만 동의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뉴욕이 공공장소에서 개인의 초상권보다 표현의 자유가 더 보장되기에 사진 작업하기엔 조금 더 편안한 환경이었던 점은 분명하지만, 저 역시 낯선 사람들에 대해선 특정한 이벤트를 제외하곤 사전에 동의를 구하고 촬영하는 게 심적으론 더 안정되더라고요. 

포토저널리즘의 측면에서 본다면 여전히 그 가치는 중요하고 작품으로서의 의미도 가질 수 있지만 제가 중점적으로 다뤘던 스트리트 패션의 경우엔 작품으로서의 가치보단 소셜미디어에서 손쉽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팝업적 요소가 더 큰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또한 시대의 트렌드를 쫓고 문화를 반영하는 미디어의 한 영역이기에 가치가 없다고 부정하긴 어렵죠. 

그 가치는 시대의 번영에 맞춰서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분히 상대적인 개념인 듯해요. 

어떤 사람들에겐 제가 뉴욕에서 허송세월하며 시간을 보낸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다만 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인정한다면 그들의 말처럼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겠죠.

저도 가끔은 타인의 말들이 신경 쓰이지만 스스로 자신을 의심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아무렴 가치가 없으면 어때요, 그 시기의 나는 일련의 과정들을 기록하고 기억하면서 그 순간 자유롭고 행복했으니까요.

<손에 쥔 카메라만 있다면 두려울 게 없었던 그는, 뉴욕에서 진정한‘나’를 찾아 돌아왔다.>​

▲ 과거에 비해 스트리트 사진을 찾는 수요가 많이 줄었나요?

한국의 분위기는 어떤지 아직 잘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뉴욕의 경우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느낌이에요. 

어쩌면 반대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공급의 과잉으로 그 수요가 줄어드는 느낌일 수도 있겠네요. 

뉴욕 스트리트에서 인기 있는 포토그래퍼들은 끊임없이 행사, 파티에 에이전시, 모델들과 인플루언서들로부터 콜라보레이션 러브콜을 받곤 하죠. 

특히 패션위크 때는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각자 개인 포토그래퍼를 둘 정도로 그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어요. 본인들이 바로바로 올리는 사진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고 경력을 쌓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된 거죠. 

저 역시 현지 패션 홍보·마케팅 분야에서 영향력이 높은 사라 바이워스(Sara Byworth)와 협업하면서 마놀로 블라닉(Manohlo Blanik), 던컨(Duncan), 메쥬리(Mejuri), 엘레시(Hellessy) 등의 뉴욕 브랜드와 브루나 테노리오(Bruna Te norio), 엘리슨 본스테인(Allison Borns tein), 리안드라 메딘코헨(Leandra Co hen), 쥬네비브 엘젤슨(Genevieve A ngelson) 까지 많은 인플루언서들과 아티스트들을 만나 함께 작업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거리에서 모델과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친구들이 제게 DM(Direct message)을 보내왔고 협업 촬영에 관한 문의가 정말 많았어요. 

 

▲ 스트리트 사진이 이 시대의 패션계에 어떤 영향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의 대유행에 힘입어 스트리트 패션 사진은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되었다고 봐요.

패션피플들의 데일리 룩을 손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기에 매력적이고 트렌디하죠. 반면 빠르게 소비되고 소멸되는 사진이라는 점에서 패스트 패션과 참 많이 닮아있는 듯해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이 받았던 질문들 중에 하나는 사진 속의 모델들이 입고 있는 옷이 어떤 브랜드의 제품인가 하는 궁금증이었어요. 

일일이 그 정보를 찾아서 알려주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팔로워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또 많이 받았던 질문은 왜 당신은 삐쩍 마르고 하얀 백인 모델들만 찍느냐는 질문이었어요. 

때론 인종차별주의자로 오해받기도 해서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제 작업들로 인해 누군가는 불쾌함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죠.

 

▲ 뉴욕, 파리 등 패션 도시에서 스트리트 사진을 찍는 모습은 매우 흔한 풍경인데 과거와 비교했을 때 최근 가장 큰 변화가 있을까요?

<김경록 씨가 활동한 더트 배그(Dirt bags)그룹.​>

젊은 친구들의 관심은 예전보다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소셜미디어의 일상화로 손쉽게 접할 수 있기에 스트리트 패션의 인지도와 대중의 관심도는 차츰 증가하는 것 같아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소호에서 활동하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의 모임(?)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많았지만 그룹으로 모여 있진 않았거든요. 4~5년 전까지만 해도 저랑 친구들 2명 정도가 매일 브로드웨이&프린스 스트리트에 모이는 정도였는데 다른 포토그래퍼들도 저희가 궁금했었나봐요.

어느 순간 한두 명씩 자연스럽게 다가와 사진에 관한 얘기를 나누면서 친구가 되었죠. 

사진동호회나 밋업(Meet up) 같은 모임이 전혀 아니에요. 그냥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이었어요.

더트 배그(Dirt bags)라 부른 저희 그룹은 제가 뉴욕을 떠날 당시엔 거의 20명 가까이 늘어난 것 같아요. 

물론 한 번에 그 인원이 전부 모인 적은 없었지만 많게는 보통 7~8명 정도가 소호의 한 거리에 몰려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늘 이상하게 생각하곤 했죠.

커다란 카메라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파파라치로 줄곧 오해받아서 ‘누구 기다리냐?’는 질문을 하루에도 10번 넘게 받곤 했어요. 하하. 

재밌는 건 이렇게 모여 있으니 때론 옷 잘 입는 혹은 잘 차려입은 친구들이 일부러 사진에 찍히기 위해서 나타나기도 하고, 또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유되고 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또 다른 콜라보레이션 제의도 받기도 했죠. 

다양한 프로젝트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 한국에서도 계속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 있나요?

한국에 돌아올 결심을 한 이유 중 하나는 ‘뉴욕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만족할 만큼 했다’였어요. 

그곳에서 계속 머무르며 더 많은 활동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문득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여러 도시에서의 다양한 스타일을 사진에 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뉴욕 패션위크 때도 늘 느끼던 점이었지만 한국에서 오신 분들 보면서 ‘정말 한국 사람들은 옷을 참 스타일리시하게 잘 입는구나’를 느꼈어요.

이제 그런 모습들을 한국 거리에서 사진에 담아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물론 당분간은 뉴욕에서 활동했던 것처럼 매일 일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긴 힘들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해왔던 일의 끈을 손쉽게 놓고 싶진 않아요.

스트리트 못지않게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또한 기대가 돼요. 

이곳에서 어떤 기회와 새로운 재미들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코로나를 핑계 삼아 당장은 휴식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아요. 그동안 미뤄왔던 암실 인화 작업을 비롯해서 지난날의 사진들을 정리하고 압축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하루 빨리 코로나를 이겨내고 마스크를 벗게 되는 그날이 오기를 기원하며 그 시기엔 또 어떤 스타일의 사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될지 기대됩니다. ​ 

@twelverolls

 

출처 : FASHION POST / www.fpost.co.kr